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지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도 많다. 특히 서비스직에 종사하다 보면 평범한 손님이 주로 오긴 하지만 필연적으로 진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보통 친근하게 대하는 손님이 좋은 손님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착한 손님이다. 착한 것과 좋은 것은 다른 노선이다. 좋은 손님은 할 일만 딱딱하고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업장을 떠나는 손님이다. 그렇다고 착한 손님이 안 좋은 손님이란 이야긴 아니다. 제정신 아닌 손님 상대하다 착한 손님 만나면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엄청 반갑고 그렇다.
나쁜 손님은 말해 뭐 하겠나.. 제일 흔한 유형은 단골이니 덤을 내놓으라고 종용하는 사람이다. 단골이라는 것은 업자가 정하는 것이지 손님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에 1번 온 것으로 본인이 여기 사장과 친하다느니 단골이라느니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우주로 탈출할 것 같다. 그리고 덤이라는 것은 판매자가 알아서 주는 것이지 요구할 사항이 아니다. 누가 보면 맡겨 둔 줄 알겠다. 주면 감사한 일이고 안 주면 안 주는 것인데 말이다.
그다음으로 흔한 유형은 서비스를 받고도 응당한 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사람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지식에 대한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궁금한 것을 물어봤을 때 전문가가 한 마디 해주는 것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 고작 그 이야기했다고 여기고 비용을 왜 받냐고 따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전문가는 고작 그 한 마디를 해주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달란 이야기가 아니라 전문가에게 상담을 하면 그에 대한 값을 당연히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단 이야기다.
또 다른 유형은 타 업장과 가격 비교를 시도하여 후려치기 하려는 부류이다. 물건을 구매하려 했을 때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면 구매하지 않고 나가거나,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구매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이들은 가격을 후려치며 다른 곳은 얼마던데 왜 여기는 이 가격이냐고 따진다. 그러면 거기 가서 구매할 것이지 왜 여기 와서 굳이 이렇게 직원과 갈등을 빚으려고 애쓰는지 싶다.
나쁜 손놈들은 위와 같이 주로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 예민하게 반응한다. 규정상 할인은 안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다 보면 불평하면서도 결국 제값을 치르고 가거나 다신 안 온다고 화내며 나간다. (다신 안 온다면서 다시 잘 오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상한 손놈은 업무와 관련이 적은 경우가 많다. 하나같이 모두 이상한 것에 집착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은 사흘 치를 달라고 요구해서 사흘 치를 건넸는데 왜 3일 치만 주냐고 화냈던 사람이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고 사흘 치를 달라고 했는데 왜 하나를 빼먹냐고 그랬다. 그렇다.. 이 사람은 사흘을 4일로 알고 있던 것이었다..
본인이 사간 물품이 무엇인 지 말도 해주지 않으면서 그거라고만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 사람의 전담 매니저도 아니고, 그렇다고 궁예도 아닌데 "그거"라고 표현하면 어떻게 안 단 말인가? 그러면서 모르면 왜 모르냐고 화를 낸다. 난 초능력자가 아니다.
다른 업장을 이용해놓고 나에게 컴플레인을 거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우기다가 혹시 맞은편에서 하신 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여기 ㅇㅇ 아니에요? 아... 하고 그냥 가버리는 손놈도 있었다.
도둑도 있었다. 대기실에 비치되어 있는 믹스 커피를 매번 훔쳐 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두세 개 수준이 아니라 대여섯 개씩 가져가서 벼르고 벼르다 좋게 이야기하니 머쓱해하며 사과를 하셨다. 그나마 사과라도 받아서 다행인 케이스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진상들이 있다. 아마 그걸로 글 쓰면 책 한 권은 뚝딱 나올성싶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항상 고달픈 일이다. 그나마 마스크라도 쓰고 있어서 입은 웃지 않아도 되는 게 큰 장점이라면 장점인듯하다. 이렇게 오늘도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감정 노동은 계속된다.. 진상도 계속된다.. 앞으로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