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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일기

무당벌레 너 어디서 왔어?

부릿 2021. 11. 22. 11:25

아직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은 모양인지 실내에는 모기가 바글바글하다. 그래서 출근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기 파리채로 모기를 잡으러 다니는 일이다. 오늘도 눈을 부릅뜨고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벽을 보고 다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벌레가 천장에 움직이지도 않고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무당벌레였다. 너 어디서 들어온 거니?

무당벌레는 익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무나무로 옮겨주었다. 가지를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모양새가 퍽이나 귀엽다. 남자친구에게 무당벌레 사진을 전송해주니 이 무당벌레가 익충인지 해충인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뭐라고? 무당벌레는 다 익충 아니었나요?

해충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검색해보니 지식백과에는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가 해충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미지 검색해보니 이름답게 심각하게 점이 많았다. 그 외에도 검색 결과를 확인하니 점이 10개 이하면 익충이라는 의견도 있고, 초식 무당벌레는 잔털이 있어 광택이 없기도 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명확한 구분 방법은 아니었다. 어디 무당벌레 전문가 없나요..

잎 뒤에 숨어 있는 무당벌레

이 친구는 점이 몇 개인지 세어보니 12개 정도 있었다. 무당벌레는 워낙 점 변이가 많아서 도감을 찾아보려고 해도 어려웠다. 익충, 해충 구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무당벌레를 고무나무에 둔 것이 잘한 일인지, 고무나무에게 고통을 준건지 분간이 가질 않아 당혹스러운 감정만 생겼다. 지금은 잎 뒤에 숨어서 움직임이 없다. 자꾸 무당벌레를 확인하는 거대한 인간의 얼굴이 위험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

겨울잠을 자는 곤충이라 여기서 계속 있어도 되는지 알 수가 없어 퇴근 시간에도 계속 고무나무에 붙어있다면 근처 풀숲에 풀어줄 예정이다. 지금은 시스템 히터가 돌아가지 않아 괜찮을지 모르지만 후에 히터가 돌아간다면 먹이도 없는 이곳에서 겨울잠도 못 자고 굶어 죽을까 봐서 조금 걱정이 된다. 이래서 이미지가 중요하다. 모기는 열 마리도 넘게 죽였지만 무당벌레 1마리에게는 짠한 마음을 가진 인간의 이중성ㅋㅋ

정말 오래간만에 무당벌레를 봐서 그런지 반복되는 일상에 잠시 벌어진 이벤트 같은 느낌이라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다. 벌레에 참 관심이 많았던 옛날이 생각나기도 한다. 요즘은 해충만 만나서 관심에서 좀 멀어졌지만 말이다. 여하튼 무당벌레가 해충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흥미로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