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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일기

좌충우돌 초보 운전기

부릿 2021. 9. 6. 11:44

운전면허를 딴 시기는 이명박 정권 당시 물면허라고 불릴 때였다. 상당히 쉽게 딴 경우였고 그 경험으로 도로에 나갈 자신조차 없었다. 심지어 운전할 일도 전혀 없었던지라 그대로 장롱면허행.

장롱 면허된 지 약 10년쯤 되었으려나? 문득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이 시작된 뒤이다. 롱디인 입장에서 이 시국에 KTX를 타고 남자 친구를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운전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야심 찬 계획을 목표로 4월 즈음 도로 주행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가 없는 공단으로 가서 시작했다. 고작 30을 밟고 으악 너무너무 빠르다를 시전 했고 걷는 거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연습을 했다.

브레이크와 액셀 조절은 웃기게 들리겠지만 스폰지밥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밟았다.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시즌 8의 달려달려 에피소드에서 퐁퐁 부인의 운전면허학원에 카레이서 토니 부자가 방문하게 된다. 토니 주니어는 노답 학생 스폰지밥을 보더니 자신이 가르치면 할 수 있다고 자신했고 스폰지밥이 완벽하게 도로주행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때 토니 주니어가 스폰지밥에게 액셀과 브레이크 밟을 때 엄지발가락으로 살짝 밀며 아주 쿨하게 밟으라고 지시한다.

"아주 쿨하게."

이 에피소드 덕에 초보자가 주로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인 엑셀과 브레이크를 팍팍 밟는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걸 생각 못했으면 겁이 나서 브레이크를 얼마나 팍팍 밟았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땡큐 토니 주니어!

그렇게 공단과 넓은 도로에서 몇 번 주행 연습을 한 뒤 아버지가 스파르타식이라 바로 통영과 거제에 가는 고속도로를 올라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속도로에서 80은 엄청 느리게 느껴짐에도 그때는 80도 엄청 긴장하면서 갔던 기억이 있다. 핸들링도 어색해서 조금만 크게 돌려도 차가 확 움직였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했었다. 게다가 핸들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팔이 너무 아팠던 일도 있었다.

이제는 점점 혼자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하셔서 요즘은 혼자 해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천구미까지 장거리도 가게 되었는데 운전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가족을 위해서 장시간 운전하셨던 아버지나 여행할 때마다 운전했던 남자 친구를 생각하면 정말 감사했고 나 또한 진작에 이렇게 운전할 수 있었으면 그들이 지치는 순간에 대신해줄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주차와 코너링이 어색한 초보운전자이기에 앞으로도 더욱더 연습해보려고 한다. 운전은 계속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무사고를 위해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