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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으로 달리는 제주도/우도 여행 기록 14 [넥슨컴퓨터박물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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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으로 달리는 제주도/우도 여행 기록 14 [넥슨컴퓨터박물관]

부릿 2023. 9. 3. 20:37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아진 하늘. 아무래도 날씨요정은 나인 듯하다 ㅋㅋ 멀리 보이는 함덕해수욕장에서 아침부터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물놀이에 진심인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도 하다.

아침은 뒷전으로 하고 곧 버스가 오는 시간이라 물과 초콜릿만 사고 나섰다. 함덕해수욕장 안녕!


주변에 진짜 아무것도 없이 넥슨컴퓨터박물관만 덜렁 존재한다. 밥집이 있긴 했는데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홈페이지에서 입장권(8,000원) 예약을 12시로 해뒀는데 11시에 도착하는 바람에 그냥 들어가 보기로 했다. 

포토존이지만 찍지 못했다. 나의 거치대가 이 큰 벽화까지 담지 못해서.. 눈으로만 보고 갑니다. 예전에는 메이플 스토리 공식 캐릭터=주황버섯이었는데 이제는 아닌가 보다. 핑크빈이 대세인가 보다.

매표소 옆에는 키보드 모양의 사물함이 있다. 그런데 사물함이 좁아도 너무 좁은 게 아닌가? 나의 거대한 백팩을 넣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어떻게든 넣어보려고 낑낑댔지만 무리가 있어 직원에게 혹시 카운터에 맡길 수 있냐 물어보니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Baggage Tag이라는 종이를 주셨고 나중에 찾으러 올 때 이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잊어버리지 말고 꼭 챙기자. 입장권을 끊으면 놀이공원같이 종이팔찌를 채워주신다. 예약한 시간과 상관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이러면 왜 예약을 한 거지..?

1층에서 2층을 바라보면 픽셀로 된 캐릭터들이 보인다. 픽셀이라니 너무 귀엽잖아요! 왼쪽부터 차례로 클로저스의 검은양, 메이플스토리의 슬라임, 크레이지아케이드의 배찌, 메이플스토리의 핑크빈, 마비노기영웅전의 그렘린, 빨간포션, 천애명월도의 팬더, 테일즈위버의 젤리삐, 마비노기의 판, 엘소드의 헤지호그 그리고 황금열쇠가 있었다. 이런 걸 굿즈로 팔아야지. 바보 같은 넥슨.


1층 전시관의 입구다. 컴퓨터 외에 관련 제품들이 어떤 역사를 거쳐왔는지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게 바로 찐 레트로라는 것이다.. 파나소닉 카세트테이프도 탐난다.

그래픽카드 변천사를 설명하는 공간인데 이 브라운관 티비가 왜 이렇게 반갑고 웃겼는지 ㅋㅋ 중간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한참 머물렀던 것 같다.

페르시아의 왕자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뒀는데 이 게임을 하고 있던 초등학생 남자애가 했던 말이 웃겼다. "왜 이렇게 움직이는 게 구려?" "게임이 이상해!" ㅋㅋㅋㅋ 맞다.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이다. 나도 몇 번하다가 때려치웠다.

PC통신 세대는 아니라서 이 부분은 공감할 수 없었지만 초등학생들이 써둔 글을 보니 웃겼다. 아이돌 이름으로 추정되는 듯한데.. 그 나이대 애들 다운 아이돌 사랑이다.

초등학교 때 이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바람의 나라는 정액제로 레벨 25였나? 여기까지만 키울 수 있고 나머지는 결제를 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집에서는 그 레벨까지 키우다 버려진 캐릭터가 한가득이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에게 듣기론 PC방에서 게임하면 레벨을 더 올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첫 PC방 입문을 바람의 나라 때문에 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아주 자연스럽게 PC방에 다녔지만 부모님이 담배 냄새 때문에 싫어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금연실이 따로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간접흡연 엄청나게 했네.

바람의 나라를 플레이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말은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와 나는 빡빡이다가 되시겠다. 이미 빡빡이가 있어서 나는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를 입력하고 낄낄댔다. 이 말 쓴다고 다람쥐가 젠이 빨리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외쳐댔는지 ㅋㅋ 웃긴 일이다.

아니 이젠 갤럭시 노트랑 아이폰이 전시되어 있다고? 세상 진짜 너무 빠르네. 난 이제 다 늙었다.


2층 전시관은 게임공간이다! 아무래도 게임을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여기가 제일 사람이 많았다.

게임기 쪽엔 사람이 많아서 반대편을 구경하는데 뭐야? NES 재퍼가 여기에 있다고? ㅋㅋㅋ 하면서 바로 달려갔다.

게다가 실제로 플레이도 가능하다고? ㅋㅋㅋ 아 너무 재밌고요 ㅋㅋ 영상 찍으면서 하니까 계속 실패하다가 영상 초점은 포기하고 화면만 보고 하니 생각보다 인식이 잘됐다. AVGN에서 본 것을 여기서 실제로 보다니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아래 링크에 들어가면 재퍼를 포함한 NES에서 냈던 액세서리에 대한 리뷰를 볼 수 있다.

https://youtu.be/5IRQy249roA?si=_65Iuk1-SuWOpxzv 

여전히 만석인 게임 공간

아니 여기서 파워글러브를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VGN에서 파워글러브에 대한 영상만 따로 냈을 정도로 조롱받았던 제품이다. 게임에 활용된 최초의 장갑형 컨트롤러긴 했지만.. 최초여서 그런지 성능이 형편없었던 모양이다.

https://youtu.be/90zzAuVA9Io?si=pcFEKyh8tGprK4Od 

궁금하다면 직접 들어가서 보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유명했던 게임은 그렇게 또 딱히 해본 것 같진 않다. 그렇게 유명한 창세기전도 안 해본 사람 나야 나.. 이때 당시 내가 했던 것은 쿠키샵, 써니하우스,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류의 CD게임이었다. 이때도 귀엽고 콜렉터형의 게임을 좋아한 건 마찬가지였군..

여기만 왜 사람이 없는지 알았다. 게임이 플레이가 안된다. 컨트롤러가 고장 난 듯..


3층 전시관에 도착하니 입구에 흥미로운 게 있었다. 바로 넥슨 ID를 로그인하면 그동안 플레이 했던 데이터를 출력해 준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으니 엄청 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이디도 사라지고 새로 만들기도 하고해서 몇 개 나오지도 않았다. 모든 데이터가 다 나왔으면 아마 내 키를 뛰어넘었을지 않을까..

내가 넥린이라니.. 넥슨 플레이 인생이 얼마나 길었는데... 내가 현질 한 거만 생각하면 본사에 창문 하나는 해줬을 거다! 모든 넥슨 플레이어들이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니 컴퓨터 주변기기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볼마우스라니.. 세상에.. 볼마우스 국룰: 잘 안될 때 볼을 훅훅 불면 잘 됨. 동년배들 다 아시죠?

이름을 이진수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내 이름을 입력한 뒤 기다리면서 남자친구 이름이랑 고양이 이름도 해볼까 했는데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포기.. 이진수 만지작이라는 클래스가 있는데 그 시간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 같다.

핑크빈이 앉아있는 옆 자리에 보면 증강현실로 핑크빈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휴대폰이 있다. 증강현실 속 핑크빈은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진 모르겠지만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난 핑크빈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가 주황버섯이 그리웠다. 근본은 주황버섯인데.. 세대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지하에 내려오니 또 다른 전시와 굿즈샵이 있었다.

인생 네 컷을 찍을 수 있는 공간. 이런 건 또 부끄러워서 잘 못 찍는다. 배경만 찍고 호다닥 ㅌㅌ.

와.. 요즘 애들은 플로피 디스켓을 알까? 워드 프로그램에 저장 버튼이 왜 플로피 디스크 아이콘인지 알까? ㅋㅋㅋ 나 너무 늙었다 흑흑.. 라떼는 말이야~ 플로피 디스켓 꾸미기도 했다고~

굿즈샵을 구경하다가 처음 안 사실.. 블루아카이브가 넥슨 게임이었어!?.. 루리웹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팬아트나 올라오는 거 본 적은 있어서 게임이란 것은 알고 있었는데 원신 같은 중국계열 회사에서 낸 게임인 줄 알았다. 원체 오타쿠가 할 것 같은 게임이라... 아 오타쿠 비하 아닙니다. 저도 오타쿠입니다. 여기 안 왔으면 평생 중국 게임인 줄 알았을 듯;

굿즈는 생각보다 살 게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넥슨의 노예가 아니어서 크게 관심 없는 것도 그렇고 주황버섯도 없어서 실망했다. 메이플 근본 캐릭터는 이제 핑크빈이었다..


곳곳에 보이는 겜BTI라고 적힌 말풍선이 보이는데 큐알코드를 통해 접속해서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것을 완수하고 나면 지도 이미지를 하나 주는데 그걸 저장하고 지하의 굿즈샵 직원에게 보여주면 선물을 준다. 내가 간 당시에 받았던 선물은 배찌 부채. 부채를 줘서 약간 실망했지만 공짜니까 뭐~

애들은 넥슨박물관이라고 해서 재밌는 게임을 하는 공간이라고 여겼던 모양인지 재미없다고 실망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코딩을 배우는 애들이니까 홈페이지에서 다른 클래스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방문한다면 더 재미있어할지도?

넥슨박물관 바로 옆에는 한라수목원이 있는데 사실 여기서부터 체력 소모가 너무 심각해서 한라수목원까지 가면 체력이 다 떨어져 몸이 안 좋아질 것만 같았다. 여기까지 왔지만 과감하게 포기하고 제주공항 근처에 있는 용두암이나 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 아직도 밥 한 끼도 못 먹고 있어 더 힘들었다. 빨리 밥 먹으러 가보자고..